영국에 사는 18살 레오 마틴의 꿈은 UX 디자이너다. UX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줄임말이다. UX 디자이너는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편리하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을 한다.
마틴의 어머니 앤은 아들의 꿈을 처음 들었을 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건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브랜드의 산악자전거를 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19일(현지시간) 취업 시장의 빠른 변화와 함께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꿈에 이해와 공감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앤은 “부모로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느꼈다”며 “부모의 할 일은 아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아이의 꿈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말했다.
가디언은 영국에서 11살에서 18살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의 3분의 2 이상이 아이들이 부모가 전혀 모르는 직업에 관심을 표할 때 당황스러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조사에서 75% 이상의 부모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취업 시장에서 자녀에게 진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2000명 이상의 영국 중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던 ‘토킹퓨처스’의 미셸 리아는 가디언에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부족한 지식이 자녀와의 진로 대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신경과학자이자 아이슬란드 주재 영국 대사인 브라이오니 매튜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부모가 자녀의 특정 직업을 확인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훗날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또한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자선단체 ‘쇼트러스트’에서 교육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샤마줄 모틴은 대부분 시간을 자녀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와 이야기하는 데 보낸다고 가디언지에 말했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 스트리머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모틴에게 “온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는 데 그게 진짜 직업이냐. 어떻게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냐”고 묻는다.
모틴은 “부모들은 아이가 스트리머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게임 회사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으며, 게임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며 “일의 세계는 바뀌었고 부모가 이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