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교단 신문이 낸 국세청 장려금 신청 안내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국가 지원을 받도록 하기 전에 자립교회가 먼저 부교역자와 교회사무원들이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주십시오. 편의점 ‘알바’를 해도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세상만도 못한 교회가 됐다는 소릴 듣게 하지 말아주세요.”
이처럼 대다수 교회의 부목사나 사무원에게 4대 보험이 없습니다. 4대 보험에 가입하려면 교회가 사업자로 등록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신고해 고용주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분담해야 합니다. 부목사나 사무원이 교회로부터 받는 돈은 임금으로 간주돼 일반 근로자처럼 소득세 등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교회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목회자에 대해 종교인 과세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부목사의 처우는 좋지 않습니다. 201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임 부목사의 월평균 사례비는 204만원이었습니다. 부목사 직위와 유사한 일반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410만원이었습니다. 일일 평균 근무 시간은 10.8시간이고 대부분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를 했습니다. 4대 보험에 모두 가입한 부교역자 비율은 3.2%에 불과했습니다.
지금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8년 동안 세 교회에서 사역한 서울 중형 규모 교회 부목사 A씨(40)는 24일 “사례비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다. 그래도 2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이라도 가입해주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상당수 부목사는 집을 얻을 때도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 다쳐도 스스로 치료하고 갑자기 떠나라는 통보를 받아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부목사 처우는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한국교회는 목회가 신성한 직무라고 보고 이를 노동과 분리하려고 한다. 부교역자가 하는 일을 섬김이나 헌신으로 보는 것”이라며 “목회자는 성직자인 동시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교회가 세금을 제대로 내서 부교역자에게 4대 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정 부담도 한 요소입니다. 광주의 한 교회 장로는 “우리처럼 작은 교회는 헌금으로 목사님 생활비도 제대로 못 드린다. 개척 초기부터 4대 보험이 없었고 지금도 엄두를 못 낸다”고 했습니다. 물론 교회 형편에 따라 다른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목사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기윤실이 2016년 부교역자 사역 계약서 모범안을 발표한 뒤 여러 교회가 이 계약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계약서가 있으면 부목사의 사역 기간이 보장되고 불의의 사고 발생 시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모임 새물결 인권위원회장인 성희연 은평소망교회 목사는 “교회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상 노동법 사각지대이다.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 교단들이 부목사에 대해 근로계약서와 4대 보험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중견 교회 목회자도 “노회들이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교단에 4대 보험 관련 청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혹시 교회가 관행을 면피 삼아 부목사들에게 ‘헌신페이’를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강주화 기자 박이삭 서은정 유경진 인턴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