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9명 등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격 참사에서 참혹했던 현장 상황에 대한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생존자의 상당수는 결국 어린이다. 숨진 친구의 피를 몸에 발라 살아남았다는 증언은 충격을 안길 만했다.
28일 AP통신과 뉴스채눌 CNN 등에 따르면 11세 생존자 미아 서릴로는 총격범 샐비도어 라모드(18)의 대량 살상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진 친구의 피를 온몸에 발라 죽은 척했다”고 말했다.
서릴로는 사건 당일인 지난 24일 반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총소리가 났다. 라모스는 교실로 쳐들어왔고 친구와 교사를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은 서릴로의 옆을 스쳐 지나갔고 파편은 그의 머리와 어깨로 튀었다.
라모스는 서릴로의 반 친구들을 살해한 뒤 다른 교실로 이동했다. 옆 반에서도 총성과 비명이 울려오자 서릴로는 범인이 다시 돌아와 총을 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존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숨진 급우들의 피를 몸에 발랐다. 이어 숨진 교사의 휴대폰으로 911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 뒤 누워 죽은 척하고 장시간 구조를 기다렸다.
서릴로는 총격에 따른 충격으로 남자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두려워졌다고 한다.
10세 새뮤얼 살리나스는 총탄 파편으로 허벅지에 상처를 입은 뒤 범인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숨진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범인이 선생님을 먼저 쏜 다음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아이들 증언에 따르면 총격범 라모스는 범행 당시 잔혹한 행태를 보였다. 그는 교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굿 나잇’(Good Night)이라고 말한 뒤 총을 쐈다. 또 총을 난사한 뒤에는 음악을 틀기도 했다. 서릴로는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범인이) 슬픈 음악을 틀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생존한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토로하고 있다.
사건 당시 공포에 떨던 아이들은 911에 전화해 “친구들이 죽고 있다” “지금 당찰 경찰을 보내 달라”고 8차례나 애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AP통신은 라모스가 초등학교에서 살상극을 벌일 때 경찰 19명은 교실 밖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인은 현장 책임자였던 경찰서장이 총기 난사 상황을 인질 대치극으로 오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경찰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총격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티브 공안부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지휘관은 아이들에게 더는 위협이 없고 대응할 시간이 있다고 확신했다”며 “최대한 빨리 경찰이 진입했어야 했다”며 경찰의 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