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남성용 보디 스프레이 광고가 집단 성폭행을 광고 소재로 활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하루 만에 방영을 중단했다.
CNN은 7일(현지시간) 인도 남성용 스프레이 브랜드 ‘레이어샷’의 TV 광고가 “대중매체를 통해 송출되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지난 4일 광고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광고에는 4명의 남성과 한 여성이 등장한다. 남성들이 가게 안에서 물건을 살피는 여성의 뒤에 나란히 서서 여성을 유심히 지켜보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한 남성은 “우리는 4명이고 지금 여기에는 하나 밖에 없어”라고 말한다. 다른 남성이 양 옆의 친구들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거들먹거리는 목소리로 “그래서 누가 할래?(So who will take the Shot?)”이라고 말한다. 이에 화들짝 놀라는 여성의 표정과 숨소리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겁에 질린 여성이 뒤를 돌아보자 남성들은 여성이 아닌 하나 남은 보디 스프레이를 두고 대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여성은 민망한 듯한 미소를 짓고 남성 중 한 명이 선반에서 그 스프레이를 집어 들어 제품을 설명하면서 광고는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SNS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인도의 연예인들과 비평가들도 해당 광고가 성범죄를 경시한다고 비판했다. 스와티 말리왈 델리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정보방송부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성범죄적 사고방식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고를 제작하고 송출한 레이어샷 측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논란의 TV 광고는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여성들을 모욕하는 문화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개인과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광고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하지만 레이어샷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광고가 ‘몰상식적’이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불과 일주일 전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에서 17세 소녀가 5명의 남성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점에서다.
인도의 유명 배우 리차 차다는 광고 제작자들을 ‘쓰레기’라고 칭하며 “기획자, 작가, 제작사, 배우, 의뢰 회사 모두 성범죄를 농담처럼 생각하는 거냐”고 분노했다. 유엔 여성친선대사로 활동하는 인도 영화감독 파르한 칸 역시 “성범죄를 농담처럼 다룬 이 광고를 기획하고 승인하는 모든 과정에 얼마나 천박하고 비뚤어진 마음이 존재했냐”며 맹비난했다.
인도 정보방송부는 광고가 공개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광고의 TV 방영을 중지했다. 트위터와 유튜브에도 광고 영상 제거를 요청했다.
레이어샷 측은 “논란이 발생한 당일 모든 미디어 매체에 해당 광고 방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