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7일(현지시간) 북한이 언제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며 중국이 도발을 막기 위해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관여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지적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핵실험의 정확한 시기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면서도 “북한은 분명히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핵실험 시 대응과 관련해선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이며, 유엔 안보리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우리는 중국이 (도발 억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이 있고,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반도와 그 너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을 삼가는 게 중국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한을 향해서도 “비핵화 및 다른 문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모든 기회를 고대한다”며 “우리는 계속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행 가능한 길을 추구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외교적 길을 찾는데 관심을 보인다면 우린 외교에 대해 더욱 포괄적이고 유연하며 열린 접근법을 취할 용의가 있다”며 외교적 접근법을 종료하기까지 인위적인 ‘타임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논의의 상황과 관계없이 우리는 인도주의 문제에 협력을 추구한다”며 거듭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의 의사를 밝혔다. 또 “우리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무장관 등 고위 미국 당국자는 공개적으로 조건 없는 외교 추구를 반복해 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밀 채널로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고, 미국 고위급 인사가 북한 고위급 인사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김정은 정권에 타격이 있는지 묻자 “리더십에 있어 정치적인 문제로 이어졌는지에 관해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진 H. 리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북한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직전 코로나19 대유행을 발표한 데에는 정치적 타이밍의 요소가 있을 수다”며 “세계와의 외교적 관여 재개를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며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과 코로나19 피해를 인정하며 중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1990년 대기근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에 전례 없는 식량 원조를 호소했고, 이를 계기로 핵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며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부터 도움을 받아들인다면, 미국과 그 동맹들도 평양과의 핵 협상 재관여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놓고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