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이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얼굴을 맞댄다.
9일 회의를 주관하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음 단계’를 주제로 연설한다. 다음 날에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연사로 나서 ‘역내 질서를 위한 중국의 비전’을 설명할 예정이다. 연설 주제에서부터 미·중 대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 차례 전화 통화만 했고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중국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중앙아시아 5개 국가들과는 정기적인 정상 회의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웨이 부장은 연설을 통해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공동체 발전을 촉진하는 중국의 정책과 행동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군사 전문가는 이 매체에 “미국은 특히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킴으로써 동남아 국가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번 회의에선 미·중 갈등의 핵심인 대만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 차례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해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그때마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건 미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계속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일 국방 수장이 모두 모이는 이번 회의 기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 북핵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