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은 북한이 핵실험 도발을 강행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SCG)를 조기 재가동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할 경우 관련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도 지속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진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우리는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 도발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일 등 동맹·파트너국가와 긴밀하게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하면서 적절한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전혀 없다. 우리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북한이 경로를 전환할 때까지 압력을 계속 유지하고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할 경우 관련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고,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장관은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은 한·미 양국의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더 많은 억지력과 제재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예산을 핵 개발이 아닌 주민 복지에 써야 한다. 코로나19로 북한 주민의 삶이 굉장한 영향을 받았다”며 “북한이 배워야 할 교훈은 도발하면 할수록 더욱 고립되고,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확장 억제력 강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한·미가 고위급 EDSSCG를 조기에 재가동하기로 했다”며 “필요할 경우 이 협의체에서 전략자산 전개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을 겨냥한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이 필요하다”며 “기존 제재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수주 안에 이 협의체가 가동될 것”이라며 “미국은 확장 억제에 전력하고 있으며, (협의체가) 아주 빨리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확대 범위와 규모에 대해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북 도발 시 전략폭격기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대거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중국을 향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대상으로 재지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핵물질 및 무기 확산과 그 위험성, 북한의 한반도 및 미국과 그 동맹에 대한 안보 위협 행위, 그 외 여타의 도발 행위들이 미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에 지속해서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만나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은) 미·중 관계의 핵심 이슈뿐 아니라 여러 지역 및 국제 안보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안보보좌관은 “양국 간 경쟁 관리를 위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것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목표는 양측이 서로의 의도와 우선순위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의사소통을 피하고 위험을 줄이면서 건강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수개월 내 추가 회담이 있을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