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국 예비역 육군 대령(97) 안장식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거행됐다. 그의 관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들어갔다.
웨버 대령은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서 있는 ‘19인 동상’의 실제 모델이다. 한국전 때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고, 중부전선 격전지 원주에서 수류탄에 맞아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전역 후에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으며 한·미동맹 강화와 참전용사 지원 사업에 매진했다.
웨버 대령은 영면하는 날까지 한국전의 의미를 기렸다.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에서 출발한 그의 운구행렬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하기 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먼저 도착했다. 이곳에 건립된 ‘추모의 벽’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전 유언을 따른 것이다. 웨버 대령은 추모의 벽 건립 사업에 앞장서 왔다. 웨버 대령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한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왼손 경례’를 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었다.
추모의 벽에는 6·25 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95명, 한국군 지원부대(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총 4만3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다음 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제막식이 거행된다.
웨버 대령 가족들이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운구행렬은 마지막 이별 장소인 알링턴 국립묘지로 향했다. 모든 의전 절차가 최고의 예우를 갖춰 엄숙히 진행됐다. 웨버 대령 관은 7마리 말이 끄는 마차에 실려 이동했다. 7명의 의장대가 동시에 3발씩 모두 21발의 예포를 쐈다. 곧 관악대가 조곡을 연주했다. 이후 부인 애널리 여사는 웨버 대령의 관을 감쌌던 성조기를 받았다.
안장식에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웨버 대령이 죽는 날까지 이룬 업적을 기억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 한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태용 대사도 “웨버 대령의 뜻을 기려 한·미 동맹이 미래세대에도 계속 튼튼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