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새 변이 BA.2.75를 ‘켄타우로스’로 작명한 건 방역·보건 전문가가 아닌 SNS 트위터 이용자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BA.2.75 변이를 켄타우로스로 작명한 사람이 트위터 이용자 제이비어 오스탈레”라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스탈레는 지난 1일 “내가 BA.2.75 변이에 은하의 이름을 붙였다. 새 이름은 켄타우로스”라는 트윗을 올리면서 “은하의 이름을 따서 작명했다. 익숙해지도록 해보라”고 했다. 그는 켄타우로스로 작명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오스탈레는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트위터 이용자였지만, 그가 붙인 새 이름은 약 10개국 언론에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로 대서특필됐다.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도 켄타우로스의 검색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로, 은하의 이름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A.2.75를 추적하고 있지만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켄타우로스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다만 WHO는 지난해 과학자들과 논의 끝에 관심을 가져야 할 변이에는 델타와 오미크론 등 그리스 문자를 부여하기로 했다. 변이가 처음 발견된 지역 명칭을 활용하면 해당 지역에 부정적 편견이 생길 우려 탓이다. 보통 사람들이 부르기 쉬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WHO는 또 한참 전에 출현해 이제는 전 세계 우세종이 된 BA.4와 BA.5도 오미크론 하위변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있다. BA.2.75 역시 주시를 하고 있지만 관심변이로 분류하지 않았다. 면역 회피나 중증 정도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처음엔 조류나 그리스 신의 이름 등 다양한 방법의 작명을 검토했지만, 상표권 침해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번 켄타우로스의 작명 사례가 코로나19 변이를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변이 바이러스 이름을 어떻게 짓는 게 좋은지, 또 그 이름이 대중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누리꾼이 지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WP는 많은 사람이 잇단 변이 확산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익숙한 명칭 사용이 경각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전 세계 어디에도 코로나 끝난 곳은 없다”고 경고했다. WP는 “이 열 마디 말보다 켄타우로스라는 새 변이 명칭의 등장 자체가 더 강력한 경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베른대 분자역학 연구원인 엠마 호드크로프트는 “우리는 이제 이런 변이들로 팬데믹 새 국면에 진입했다. 하위 변이의 명명 체계를 다시 논의할 시점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켄타우로스는 지명이 아니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없다. 별자리와 헷갈리는 사람도 없다”고 평가했다.
BA.2.75는 인도에서 지난 5월 말 처음 발견된 뒤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독일, 영국,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등 약 10개국서 발견됐다. 국내 첫 확진자는 14일 인천에서 발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