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근절 평가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2등급으로 강등됐다. 한국은 그동안 인신매매 척결 관련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는 1등급을 유지해 왔다. 한국과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성매매 강요와 착취,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노동 문제 등이 등급 강등 원인으로 지목됐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수년째 ‘최악의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했다. 보고서는 “인신매매범이 강제로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추방한다는 오랜 우려를 해결하려는 조치를 정부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인신매매범은 가출 아동과 가정 폭력 피해자 등을 상대로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기타 유흥 시설에서 성매매 하도록 강요하고, 착취한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피해자를 모집한다”고 설명했다. 유흥업소 운영자나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피해자를 성매매에 나서게 한 것도 강제노동 피해 사례로 언급했다.
미 국무부는 “필리핀 등 아시아권 여성들은 공장이나 기타 산업체에서 단기 근로에 대한 거짓 약속을 받고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인신매매자들에게 여권을 압수당한 뒤 클럽에서 일했고,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종종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인신매매 위험이 증가했고, 인신매매범들은 이들을 성매매에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지방정부는 한국 농민들에게 중개인을 통해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추진하도록 장려하고 재정 지원을 제공했다”며 “이 여성 중 일부는 성매매와 가사 노동에 착취당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염전 노예 사건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신체 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일부 한국 남성에게 어선이나 염전, 가출 농장에서 일하도록 강요했다”며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중개 수수료를 부과, 때로는 수천 달러의 빚을 지게 하는 채무 기반 강압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인신매매범들은 한국 노동법 허점을 이용해 외국인 어민을 착취했다”며 “일부 이주어부들은 하루 18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매일 한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19년째 연례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인신매매 척결 관련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는 1등급을 유지해 왔다. 북한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최소 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선 노력조차 없는 3등급 국가로 20년째 지정됐다. 중국과 러시아도 3등급으로 분류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