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8월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 관영 매체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 행정부와 의회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만 문제를 활용하려 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5일 “미국 민주당의 두 지도자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만 문제를 이용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대만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 의원들은 국내 정치만 고려하면 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안보 이익과 중국과의 관계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만류함으로써 미·중 관계에 관한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볼 때”라고 주장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국은 미 정부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항의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과격한 언어를 사용했고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응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강경하자 미 행정부 내부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백악관과 국가안보 담당자들은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 방문의 위험성을 직접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또 미군이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펠로시 의장이 군용기를 타거나 항공모함 또는 전투기를 파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공격 수단으로 오인할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 WP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 의회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이지만 중국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연기되면 위협 전략이 통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미 행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