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의 기업 활동이 한꺼번에 둔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 및 소비 수요 약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지표라고 해석했다.
23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8월 미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통합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5.0으로 지난달(47.7)보다 2.7 포인트 하락했다.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고,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에게 신규 주문과 재고, 출하, 가격, 고용 등을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50 아래면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서비스업 하락세가 컸다. 이번 달 서비스업 PMI는 44.1로 지난달보다 3.2 포인트 떨어졌다. 시안 존스 S&P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상과 강한 인플레이션이 수요를 위축시켰다. 신규 서비스 주문이 줄어드는 등 민간 부문 전반에 먹구름이 퍼졌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금리 인상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를 압박해 제조업체와 서비스 업체 모두 수요가 감소했음을 지적했다”며 “기업들은 고용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7월 신규 주택 판매도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신규 주택 판매는 51만 1000채로 지난 6월 58만 5000채보다 12.6%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9.6%나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를 직접 느끼고 있는 유럽의 PMI 지수도 7월 49.9에서 8월 49.2로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 부분 기업 모두 신규 주문이 감소했고, 상품이 판매되지 않아 공장 재고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독일의 PMI는 2020년 6월 이후 가장 급격한 기업 활동 감소가 나타났고, 프랑스 역시 팬데믹 이후 첫 감소세가 확인됐다.
S&P 글로벌의 앤드루 하커 이코노미스트는 “재고 과잉은 제조업 생산이 조만간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S&P Global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과 호주의 민간 부문 활동도 8월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일본은 코로나19 확산과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요가 더욱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호주 서비스 부분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축됐다. 중국 역시 코로나 봉쇄 정책과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 일본의 8월 기업 활동이 하락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자재 부족, 배송지연 및 금리 인상이 모두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도 “미국, 유럽, 아시아의 경제 활동이 약화하면서 치솟는 물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화됐다”며 “경제 데이터가 세계 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