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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 두고 분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가 논의 시작부터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EU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9일(현지시간) 긴급 에너지 장관회의를 열고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나눴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각국이 처한 사정에 따라 나라마다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는 러시아산 가스에 상한액을 설정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을 줄이고 에너지난으로 치솟은 전기료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겨울을 앞두고 EU 회원국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많은 가스를 수입하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는 가스 가격상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은 “만일 러시아산 가스에만 가격 제한이 정해진다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바로 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U 회원국이면서도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헝가리는 겨울철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장작 등 고체 연료 수출을 금지하고, 벌목 규제도 완화한 바 있다.

프랑스·폴란드·이탈리아 등은 가격상한제에 찬성했다. 이들 나라는 액화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가스 수입 물량에 상한액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15개국이 수입 가스 전체에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데 지지를 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국가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로 구성된 발트 3국이다.

리나 시쿠트 에스토니아 경제인프라장관은 다른 나라에 푸틴 대통령의 협박을 무시하자고 독려하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정치적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아가타 로스코트 스트라초타는 AP통신에 “EU 회원국은 가스 가격을 내리고 공급량을 늘리는 데 관심이 있지만,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수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에너지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쟁점”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