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내린 후 러시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하며 확전 의지를 보인 데 맞서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연장을 약속했다.
러시아 전국 곳곳에서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인권단체 OVD-인포는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21일(현지시간) 저녁까지 1311명 넘게 체포됐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동원령 발동 이후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행렬이 등장했다. 핀란드국경수비대가 “전날 밤부터 핀란드와 러시아와의 동부 지역 국경을 오가는 교통량이 대폭 늘어났다”며 “핀란드로 넘어온 러시아인이 1주일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은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것 또한 힘들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인용해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공편 예약 사이트 ‘Aviasales’에 대한 검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젠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됐다. 러시아가 외국으로 나가는 항공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동원령으로 러시아 사회가 출렁이자 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전체 예비군 2500만명의 1%인 30만명 정도만 동원될 것”이라며 “학생들을 징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이 녹화하고 나누어 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제시하며 핵전쟁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정 연설에서 “우리나라 영토를 보존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확실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허풍이나 허세가 아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것을 강조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유럽 측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연장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지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22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EU 27개국 외교관들이 전날 임시 비공식 회의를 열고 대러 제재를 준비하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더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보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러시아 경제와 긴밀히 연관돼 있고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8차 제재안을 준비하도록 실무진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공식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EU는 다음 달 중순 공식 회의를 열고 8차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