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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참호로 보내자”… 동원령 반발, 러 38곳서 반전 시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30만명 동원령 발표 이후 그동안 공안당국의 억압에 잠잠했던 러시아 내 반전 열풍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성인 남성들의 외국행 엑소더스도 벌어지는 양상이다.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 전황을 타개하려고 발동한 푸틴의 군 동원령이 청년층의 반전 여론에 불을 질러 ‘시위·탈출 동원령’이 돼버린 셈이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등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의 38개 도시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져 1311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502명이 체포됐으며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524명이 구금됐다. NYT는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지금까지 반전 혐의로 1만6500여명이 체포됐다”면서 “동원령이 내려진 당일 시위에 가담했다 체포된 인원이 전체 인원의 1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청년층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러시아 전역의 대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구호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모스크바 최대 번화가인 아르바트 거리에선 시위대가 “우리가 아니라 푸틴을 전장의 참호로 보내라” “우리 자식들을 살리자”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위가 지난 2월 23일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전국적 차원에서 벌어진 첫 반전 시위라고 전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아고라’ 소속 파벨 치코프 변호사는 통신과의 접촉에서 “군인의 권리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하는 러시아 남성들로부터 받은 문의 전화가 무려 6000통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반전 단체를 중심으로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반역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인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이 녹화하고 배포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이 범죄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시위 촉구에 나선 반전 단체 ‘베스나’는 “이것(군 동원령)은 우리의 아버지와 형제, 남편을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들어 가게 할 것 갈 것”이라며 “이제 전쟁이 모든 가정과 모든 가족에게 닥쳤다”고 했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인터넷상에서 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거나 직접 시위에 참여할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원령에 따른 징집을 피하기 위해 국외 탈출을 감행하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스크바에서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의 직항편이 매진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면서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성행하던 뇌물 관행이 앞으로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남의 일처럼 TV로 보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모든 러시아인의 집안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가 군 동원령을 내린 데 대해 우리 정부도 미국 등 우방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교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민들과 현지 상황을 공유하면서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김영선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