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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화 쇼크 부른 英 69조 감세… IMF “정책 철회” 공개 촉구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영국의 450억 파운드(69조원) 감세 정책이 사방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공개적으로 감세 정책 철회를 요구했고 경제 전문가들도 “매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IMF가 영국 리즈 트러스() 내각의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IMF는 성명을 내고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목표가 막연한 대규모의 재정지출은 권장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악화를 넘어 본질적으로 불평등을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IMF가 선진국 경제정책에 공식 성명을 내고 수정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 23일 소득세와 인지세를 낮추고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등 2027년까지 69조원 감세를 골자로 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앞으로 더 많은 것(감세)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감세 정책은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데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영국 중앙은행(BOE)의 통화 정책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불안함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영국 파운드화를 매도하면서 ‘파운드화 쇼크’가 일어났다. 파운드화는 지난 26일 미 달러 대비 가치가 약 5% 급락해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다. 영국 국채 금리도 크게 상승해 27일엔 30년물 금리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대규모 감세는 완전히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통화 약세와 장기채 금리 상승 기조 강화는 (국가) 신뢰도 상실 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아직 큰 수준은 아니지만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파운드화 쇼크를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한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추구 움직임이 더 강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7일 4%에 다시 바짝 다가서면서 시장의 불안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러스 총리의 ‘경제 도박’을 비판했다. NYT는 27일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영국 파운드화를 폭락시켰다”며 “총리의 정치적 미래도 점점 위태로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영국 데이터분석기업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인 노동당이 트러스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을 17% 포인트 앞섰다. NYT는 “트러스 총리의 보수당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며 “집권 3주 만에 위험 신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팀 베일 런던 퀸메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트러스 총리가 다음 선거 전 교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