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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중 ‘전쟁반대’ 러 국영TV 편집자 행방 묘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지난 3월 국영 채널1의 생방송 뉴스 도중 ‘전쟁 반대’ 팻말을 꺼내 들어 가택연금 조치됐던 이 방송국 편집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44)가 사라졌다. 구금된 집에서 딸과 함께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는 오브샤니코바에 대한 지명수배를 내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오브샤니코바의 전 남편이자 러시아 국영방송 RT 소속인 이고르 오브샤니코브가 ‘전 부인이 11세 딸과 함께 집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오브샤니코바를 수배자 명단에 올리고 사진을 공개했다.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 뒤인 지난 3월 14일 저녁 채널1 생방송 도중 뉴스를 전하는 앵커 뒤에 반전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전쟁 반대. 정치 선전을 믿지 말라. 이곳은 당신에게 거짓말하고 있다’는 문구가 팻말에 작성됐다.

오브샤니코바는 즉시 경찰에 체포돼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재판으로 넘겨져 3만 루블(약 73만원·당시 34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뉴스 생방송을 통한 반전 사위 이튿날인 지난 3월 15일 저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오스탄키노 지방법원에서 풀려났다.

오브샤니코바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퇴진과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를 계속해왔다. 지난 8월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강둑에서 ‘푸틴은 살인자. 그의 군대는 파시스트’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가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전까지 가택연금 처분도 받았다.

오브샤니코바는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군에 대해 자국 입장에서 허위 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법에 서명했다. 오브샤니코바는 그러나 재판을 앞두고 자택에서 사라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