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고문실로 사용했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주택 지하에서 고문당한 이들에게 뽑아낸 것으로 추정되는 금니가 다량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경찰 수사과장 세르히 볼비노우는 전날 하르키우주 이지움 인근의 피스키-라드키브스키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포로를 고문한 장소를 발견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그는 “해당 마을이 수복된 후 지역 주민들이 한 건물의 지하실에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갇혀 있었다고 신고를 했다”며 “주민들은 이 건물에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하실에서 발견된 방독면과 금니 등의 사진도 공개됐다. 불에 그을린 듯한 방독면과 플라스틱 통에 금니가 수북이 담긴 사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러시아군은 민간인에게 불붙인 천 조각을 넣은 방독면을 씌워 생매장했으며, 성고문은 물론 금니를 생으로 뽑아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볼비노우는 “이곳에서 러시아군에게 고문을 당한 우크라이나 포로들의 신원을 알고 있다”며 “수사관과 검찰이 해당 고문실에서 일어난 모든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작은 아우슈비츠”라며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더 많은 참상이 드러날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하르키우 등 탈환된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 10곳이 넘는 고문실이 발견됐다”며 “러시아군은 고문 도구도 버리고 도망쳤다. 심지어 코자차 로판 철도역에서도 고문실과 전기 고문 도구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하르키우주 이지움 외곽에서는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는데, 이곳에는 436구의 시신이 매장돼 있었다. 이 중 다수의 시신에서 고문 흔적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일 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하르키우주 인근 마을의 한 건물 지하에서 러시아군이 고문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전기의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을 합병하는 법률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합병을 위한 러시아의 법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러시아는 합병한 점령지는 자국 영토이며 방어를 위해서는 핵무기까지 쓸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