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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에 화난 미국,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하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11월부터 일간 원유 생산량을 이달 대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현지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제재를 가해왔다. 1990년대만 해도 하루 320만 배럴 이상을 생산했던 주요 산유국이다. 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의 중동 4개국을 설득해 OPEC을 결성한 중심 회원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부패, 기업 관리 부실로 원유 생산 산업은 붕괴됐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집권 당시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해 자금을 동결하고 서방 기업들의 철수를 끌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석유 기업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을 허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제재가 상당한 수준으로 완화될 경우 2024년 자국 대통령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야당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야권과 수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금을 풀어 식량, 의약품 같은 필수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셰프론이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재개 가능성이 언급됐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물량이 세계로 풀리면 공급 부족과 유가 상승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행정부의 승인만 받으면, 셰프론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물량을 현재 일간 45만 배럴에서 두 배 수준으로 수개월 안에 늘릴 수 있다.

기존 OPEC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월례 장관급 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11월부터 일간 원유 생산량을 이달 대비 200만 배럴 줄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OPEC 플러스의 감산 폭은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최대로 평가된다. OPEC 플러스는 다음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4185만 배럴로 제한한다. 이로 인해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87.76달러로 1.43%(1.24달러) 상승했다. 최근 3거래일간 상승률은 10.40%나 된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을 세계 경제가 대응하는 상황에서 나온 OPEC 플러스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실망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음달부터 적용될 OPEC 플러스의 감산량이 합의된 만큼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OPEC 플러스를 구성하는 산유국 상당수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다음달에 실제로 적용될 하루 감산량은 90만 배럴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