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양지 하와이가 급증한 야생닭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주 당국이 떼를 지어 다니며 지역에 피해를 주는 야생닭을 잡기 위해 주요 출몰지에 포획용 틀을 설치했다. 갑자기 늘어난 닭들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하와이의 닭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또 주민들의 텃밭을 망치고, 이곳저곳에 배설물을 흩뿌려 하와이 전역에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다 같이 따라 우는 닭의 특성상 하와이 곳곳이 우렁찬 ‘꼬끼오’ 소리로 가득 찼다고 한다.
닭은 원래 하와이의 명물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 닭의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 이제는 하와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체 증가 현상에 주민들은 지난 1992년 허리케인 이니키가 닥쳤을 때 농장에서 탈출한 닭들이 야생에서 번식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와이 주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베넷트 미르투차 하와이주 상원의원은 WP에 “하와이주 전역에서 야생닭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수많은 이메일과 전화를 받고 있다”며 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하와이의 상황을 전했다. 이에 결국 주의회는 야생닭 피해 대책을 찾기에 나섰다.
하와이에 34년 거주한 주민은 주 상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울어대 평화롭던 동네가 망가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주민도 “닭이 텃밭에 뿌린 씨를 족족 먹어 치워서 어떤 식물도 싹을 틔울 수 없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미살루차 하와이주 상원의원은 야생닭의 번식을 막기 위해 피임약이 섞인 미끼를 뿌리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