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자국 정유사 셰브런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을 승인했다.
미 재무부 해외 자산 관리국은 이날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천연자원 채굴 사업을 재개하도록 허가하는 ‘베네수엘라 일반 면허 41’(GL 41)을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2020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려고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제재했고 이에 따라 셰브런과 베네수엘라의 국영 정유사 PDVSA와 합작투자 사업도 중단됐다.
셰브런은 이번 발표로 PDVSA와의 합작회사가 보유한 유전에서 원유 생산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일부 권한을 다시 부여받게 됐다. 면허는 6개월 동안 유효하며 미국 정부가 언제든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재무부는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면허는 셰브런의 합작 투자와 관련된 활동만 승인하며 PDVSA의 다른 활동은 승인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미국은 제재를 강력하게 시행할 것이며 베네수엘라에서 부패에 연루되거나 미국 법률을 위반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자에게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허가는 미국 정부가 제재 완화 조건으로 내건 마두로 정권과 야권의 협상 재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4년째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마두로를 두고 “부정선거”라며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마두로 정권과 야권 협상팀이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안에 합의하고 2024년 대선과 관련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치”라며 “미국은 야권과 마두로 정권의 협상 재개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이번 허가가 국제 유가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지 않으며 이번 조치는 높은 국제 유가 때문이 아닌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