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봉쇄에 질린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두 달 이상 봉쇄를 경험한 상하이에선 금기와도 같은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구호가 등장했다.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상하이의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데 대해 “봉쇄가 피해를 키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우루무치시 당국은 해당 아파트가 봉쇄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SNS에는 아파트를 봉쇄하려고 설치한 철제 울타리가 소방차 진입을 막아 화재 진압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루무치는 지난 8월 이후 100일 넘게 주요 도시가 봉쇄된 상태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신장 우루무치의 이름을 따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CNN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신장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했고 나중에는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고 외치는 등 전례 없는 저항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자오모씨는 AP에 “친구 한 명은 경찰에 두들겨 맞았고 두 명은 최루탄을 마셨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연대의 의미이자 검열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들고 시위했다.
베이징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포털 바이두 등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주거 단지에서 주민들이 모여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이들은 “왜 단지 전체를 봉쇄하느냐”고 따졌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단지 봉쇄를 취소했다. 차오양구에는 한국 교민을 비롯해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봉쇄 항의와 관련해 불필요한 상황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베이징대에서도 이날 새벽 1시쯤 학생 100여명이 모여 당국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비원들은 벽에 쓰인 시위 구호를 덮개 등으로 가리다가 나중에는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학생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장쑤성 난징의 한 대학에서는 학생 수십명이 모여 신장 화재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간쑤성 란저우에서도 주민들이 유전자증폭(PCR) 검사소를 부수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당국의 검열에도 관련 영상이 봇물 터지듯 퍼지고 있다.
로이터는 “우루무치 화재 참사는 시 주석 집권 이래 전례가 없던 시민불복종에 기름을 끼얹었다”며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지 한 달 만에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일 감염자는 4만명에 육박하며 연일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6일 감염자는 3만9506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은 2000명대에서 하루 만에 4000명대로 급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