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반 히잡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히잡법’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란은 1983년 이슬람 혁명 후 히잡법을 제정했는데 히잡법이 실제로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여성이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보수파들의 입장이 강경한 상황이라 실제 히잡법 개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법무장관은 “의회와 사법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파들이 주로 장악하고 있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법에 어떤 내용을 수정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몬타제리 법무장관은 검토팀이 문안 작업에 착수했다며 “1~2주 안에 결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히잡법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의 공화당과 이슬람 기반이 헌법적으로 견고하다고 했으나, TV 논평을 통해 “유연하게 히잡법을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히잡법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4년 후인 1983년 4월 이란의 모든 여성에게 의무화됐다. 국적과 종교를 불문하고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여성들의 대외활동 역시 크게 위축됐다. 히잡법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 당국은 채찍형을 내리거나 최대 60일까지 구금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여전히 보수파들의 히잡 착용 의무화에 대한 입장이 강경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보수파의 수장인 라이시 대통령은 “히잡법을 집행하기 위해 모든 국가 기관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란 개혁파는 “히잡 착용은 개인의 선택”이라며 히잡 착용 의무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까지 이란 당국은 시위를 강경진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슬로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인 이란 인권단체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시위에서 최소 448명이 보안군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고,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대표는 지난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1만40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한국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출전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33)의 가족 주택을 철거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당국은 레카비 가족의 주택을 철거했다고 전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 매체인 ‘이란 와이어’가 공개한 영상에는 메달이 널브러져 있는 폐허 가운데 엘나즈의 오빠인 다부드 레카비(35)가 집이 부서진 가운데 울부짖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