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후퇴 가능성이 70%로 높아졌다고 보는 시장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제(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16일 이코노미스트 38명을 대상으로 한 월례 조사 결과 내년 미 경기후퇴 확률이 70%로 11월 조사의 65%보다 올랐다.
이 조사에서 나오는 경기후퇴 가능성은 최근 매달 상승하고 있으며, 6월 조사 당시의 30%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또 내년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중간값)는 0.3%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이코노미스트들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경기후퇴 가능성이 63%를 기록해 7월의 49%보다 올라갔다.
WSJ 조사에서 경기후퇴 가능성이 50%를 넘긴 것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4.25∼4.50%로 끌어올리면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고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연준이 이번 달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0.5%)는 9월 발표(1.2%) 때보다 내려갔고 인플레이션(3.1%)·실업률(4.6%) 예상치는 0.3%포인트, 0.2%포인트 각각 올라가 내년 경제사정이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코메리카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빌 애덤스는 금리 인상과 높은 인플레이션, 재정 부양책 종료, 수출 둔화 등에 따라 미 경제가 큰 역풍에 직면해 있다면서 기업이 재고 확대나 채용에 신중해지고 있으며건설이나 설비투자를 미룰 것이라고 봤다.
월가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미 주식 수석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내년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금융 시스템상의 위기가 올 가능성은 작지만, 경기 둔화에 따라 2008∼2009년처럼 기업 실적이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CNN비즈니스가 전했다.
증시 약세론자인 그는 이미 악재가 시장가격에 반영됐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실제 일어나기 전까지는 악재가 가격에 반영됐다고 가정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모건스탠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이날 종가인 3,821.62에서 내년 20% 정도 추가 하락해 3,000∼3,300 수준에서 거래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내년 전 세계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둔화할 전망이라면서, 미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내년 S&P 500 지수 소속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4.7%로 올해 추정치 5.7%보다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단 WSJ은 기업 규모에 따라 내년 미 경제에 대한 전망에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가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상장회사 약 130곳의 최고경영자(CEO)와 전문투자자 약 170명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향후 6개월 이내에 수요·사업환경·자본조달·경제성장 등의 조건이 나빠질 것으로 봤다.
반면 중견기업과 대형 투자자들의 경우 3분의 2 이상은 오히려 이들 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의 사업 범위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걸쳐 있어 미중 갈등 등의 여파를 더 우려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