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보조금은 방대하고,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조금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각국의) 보조금 지급일 수 있습니다.”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국방 기술의 미래가 첨단 컴퓨팅 파워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조금을 앞세운 중국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은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호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밀러 교수가 최근 출간한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사진)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경영 서적’에 선정됐다. 지난달 14일과 18일 그와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이 석유보다 반도체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반도체가 거대 기술기업의 부상, 세계화의 형태, 군사력의 균형과 같은 세계적 추세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칩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고 군사 시스템에 배치할 것을 우려해서다. 국방 기술의 미래는 컴퓨팅 파워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교육하는 방대한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 군사 시스템에 AI가 점점 더 많이 적용됨에 따라 반도체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차세대 군사 시스템에서 첨단 반도체는 결정적으로 중요해졌다.”
“중요한 제품에서 위험할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것, 중국이 군사 발전에 필요한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 두 가지다.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고 국방 목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배우면 군사력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군사적 목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대만이 중국의 침공 위협을 받으며 반도체 공급 안전성 우려도 부상했다.”
“그렇지 않다. 미국은 중국과 완전히 분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머지 세계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상당한 양의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및 설계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 임무는 중국에 대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는 동시에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의 경제 관계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수출통제 조치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난해 조치는 가능한 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됐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 중국의 진전을 중단할 뿐 저기술 반도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과 대만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같은 메모리 분야 주요 경쟁자가 큰 장벽에 직면하게 돼 한국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도체과학법을 통한 보조금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제공된다.”
“나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부 세계와 중국의 관계에서만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이 요인 외에 세계화는 계속된다. TSMC는 일본과 미국에 새로운 시설을 짓고 있다. 이것이 세계화의 또 다른 사례가 아니고 무엇인가.”
“동의한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한국 대만 미국 등의 보조금 경쟁이 아니다. 후발 반도체 업체에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과의 보조금 경쟁이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라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의 보조금이 방대하고 점점 커지고 있어서 다른 국가들이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조치 등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보조금은 중국 보조금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일 수 있다.”
“우호국 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정부가 서로의 이익과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간 정보 교환은 효과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 매우 요긴하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수출통제를 발표하면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한 특별유예를 제공함으로써 영향을 제한하는 데 신중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이 기술을 따라잡고 보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은 현재 많이 앞서 있으며 ‘무어의 법칙’에 따라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전략 목표는 명확하다.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중국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수입할 생각이 없다. 반면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땐 기술을 계속 수입할 것임도 보여줬다. 따라서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전략은 기술적으로 중국보다 앞서 나가는 것뿐이다.”
“한국은 그동안 기술 정책과 반도체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교육을 잘 받은 인력을 제공하고 R&D에 투자하고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경영 우수성 및 공급망 효율성과 같은 역량을 연마해야 한다.”
크리스 밀러는 미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국제사 부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산업의 부상과 지정학적 영향을 다룬 책 ‘칩 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싸움’(Chip War: The Fight for the World’s Most Critical Technology)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학사, 예일대에서 석·박사를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