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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죽을 수 있는 곳’ 쿠데타 2년, 미얀마의 절망


1일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2주년이다.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켰고,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을 구금했다. 이후 미얀마에서는 2년째 군부세력과 임시정부를 자처한 미얀마 민주진영 국민통합정부(NUG) 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2년 만에 미얀마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곳’이 됐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 27일 군부 쿠데타 이후 최소 2890명이 미얀마군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분쟁 감시단체 ACLED는 양측의 사상자가 이보다 1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 이후 정치범으로 약 1만7500명이 체포됐으며 여전히 1만3500명 이상이 구금 중이라고 전했다.

미얀마인들은 삶의 터전도 위협받고 있다. NUG는 지난해 1년 동안 가옥 4만1000채 이상이 미얀마군에 의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민간 전략정책연구소인 ISP미얀마는 지난해 12월 기준 실향민이 200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인구의 약 3.7%가 난민이 된 셈이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이미 7만명이 미얀마를 떠났다.


미얀마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대안 아세안 네트워크 온 버마’(ALTSEAN-Burma)의 데비 스토하드는 스카이뉴스에 “군사정권은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양곤과 네피토 같은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2년 공습은 전년 대비 361% 증가했다”며 “공습 대부분은 특히 민간인 커뮤니티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내전으로 인한 혼란과 군정의 경제 정책 실패에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졌다. 쿠데타가 발생한 2021년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였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7월 미얀마 인구의 약 40%가 빈곤층이라고 밝혔다. 쿠데타 전보다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유엔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원조와 보호가 필요한 인구는 쿠데타 전 100만명에서 현재 1760만명으로 늘었다.


미얀마 현지 언론 프론티어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쿠데타 발발 1년인 지난해 2월 1일 용접공으로 일하던 한 시민이 만달레이에 있는 정부 전기 관리 사무소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내전으로 인한 잦은 정전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유서에 “국민에게 24시간 전기를 제공하라”고 썼다.

그런데도 군부의 탄압은 더 거세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군부는 지난 28일 선거법을 제정해 군부가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분류한 정당이나 후보는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 17일부터는 국민의 신규 여권 발급과 기존 여권 갱신을 전면 중단해 합법적인 출국을 원천 봉쇄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27일 “미얀마는 지난 2년 동안 모든 인권 영역에서 근본적으로 후퇴했다”며 “군대가 적대 행위를 수행하는 동안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확한 법적 의무에도 불구하고 미얀마군은 관련 국제법 규칙을 일관되게 무시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얀마가 재앙에 빠졌다”며 “미얀마군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민간 감독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얀마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인도네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이자 서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세안 내에서 경제적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할 수 있는 조치로는 아세안의 미얀마 의석을 민주진영인 NUG에게 넘겨주는 것과 군부와의 모든 관계 동결, 절대적인 무기 금수 조치 등이 꼽힌다. 로스 밀로셰비치 보안·위험 전문가는 미국의 소리(VOA)에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군부에 엄청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