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찰풍선 사건이 미국에서 반중 여론을 강화하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목소리를 내며 조 바이든 행정부 압박에 나섰다.
공화당은 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늑장 대응을 ‘외교적 굴욕’이라고 평가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ABC방송에서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이번 일을 초기에 설명할 수 있었는데도 왜 그리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는 직무 유기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일은 마지막이 아니고,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며 “미 영공의 풍선을 막을 수 없다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인도의 땅, 필리핀과 일본의 섬을 빼앗으려 할 때 어떻게 도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상임위의 톰 코튼 공화당 의원도 폭스뉴스에서 “스파이 풍선으로 시작된 것이 바이든의 힘과 결단력을 시험하는 풍선이 됐고, 불행히도 대통령은 그 시험에서 실패했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ABC 방송에서 “정찰풍선은 중국이 미국의 결의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우리가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비판론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 상원의원도 “인명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지만, 애초 미국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관리였던 브렛 브루엔은 바이든 행정부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관련자들에 대해 개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루엔은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연락해 ‘같은 사건이 재발하면 원치 않는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은 레온 파네타도 “풍선이 정찰용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우리 영공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조치를 더 일찍 취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정찰풍선 문제는 의원들이 중국에 더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는 점을 나타내는 사례”라며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에게 중국은 주요 정치적 관심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찰풍선 문제와 관련한 의회 일정도 줄줄이 이어진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상·하원 지도부 모임인 ‘8인회’(Gang of Eight)를 대상으로 한 중국 정찰풍선 관련 브리핑이 이르면 7일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은 오는 15일 예정돼 있다. 해당 브리핑은 중국의 감시 능력과 첨단 무기 시스템 등 주요 기밀 사항 전반이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상원 외교위는 오는 9일 ‘전략적 경쟁 시대의 미·중 정책 평가’를 주제로 대중 정책 청문회도 개최한다.
오는 7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 국정연설(연두교서)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국정연설에 맞춰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하는 결의안 통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정찰풍선은 일련의 성과를 강조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문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그의 보좌관들은 중국 문제를 다시 쓸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