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중국의 정찰풍선에 자국산 부품이 들어있었다며 수출통제 조치 확대 필요성을 촉구했다. 미군은 미 영공을 진입한 또 다른 고고도 비행물체를 즉각 격추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정찰풍선 사건으로 커진 반중 감정이 미국의 압박 조치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공하당 소속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나와 “놀랍게도 풍선 잔해를 회수했을 때 영어가 써진 미국산 부품이 있었다. 중국에서 온 정찰풍선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부품이 장착된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위 위원장으로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중국이 첨단 무기 시스템에 적용하는 기술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당국자는 지난 9일 의회를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정찰 장비에 영어가 적힌 서방 부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맥콜 위원장은 “상무부와 국방부의 엔티티 리스트(수출통제 명단)를 일치시켜야 하고, 안보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중국으로의 기술 수출은 결국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회사별로 (제재를) 하지만 이를 부문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일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 있는 중국의 5개 업체와 1개 연구소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맥콜 위원장 발언은 규제 방식을 지난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처럼 특정 기술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맥콜 위원장은 “정찰풍선이 움직이는 궤적을 봤을 때, 이것이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것은 매우 분명했다. 미국의 주요 핵 시설 3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도발적으로 이뤄졌다”며 “대만에서의 잠재적 분쟁이 발생하면 우리 능력이 무엇인지를 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ABC뉴스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전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며 “중국이 거짓말을 한 게 들통났다. 엄청난 굴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런 종류의 풍선을 몰랐지만, 이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군과 정보기관은 레이저처럼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중국의 풍선을 분석해 엄청난 정보를 확보했다”며 “아마 (중국은) 정찰풍선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찰풍선을 통한 중국의 감시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킬 만큼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강국이고, 우리는 그들과 냉전을 벌일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계속해서 우리를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또 반도체 수출통제와 개별 기업 제재 등을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강하고, 또 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도 “우리는 정찰풍선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지적재산과 특허를 훔치고 있다”며 “중국에 더욱 확고한 입장을 취할 행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과거 소련보다 심각하다”며 “중국을 상대로 더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을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방예산 삭감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논의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국방 예산 증액”이라며 중국 대응을 위한 안보 예산 증액 필요성을 시사했다.
미군은 이날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휴런호 상공에서 또 다른 고고도 비행 물체를 격추했다. 지난 4일 동부 캐롤라이나 해안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이후 3번째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