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22년) 9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해저 수송 파이프 노드스트림이 폭파된 가운데 그 주범이 미국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9월 덴마크 영해 근처를 지나가는 노드스트림 1,2 해저가스관에서 가스가 바다로 분출되는 장면이 덴마크 공군 순찰 도중 발견됐다.
미국과 나토 측은 이 사건을 ‘사보타주 행위’로 규정했다.
나토는 러시아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맹비난했고 러시아는 서방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합동조사단은 노드스트림 3개관이 폭발물에 의해 폭파됐다고 밝힐 뿐, 원인 등 자세한 조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고 러시아와 그 내용을 공유하지도 않았다.
뉴욕타임스 출신 탐사보도 전문 기자 시모어 허쉬 (Symour Hersh)는 최근 블로그에 ‘미국은 노드스트림 가스관을 어떻게 제거했나 (How America Took Out The Nord Stream Pipeline)’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면서 국내 고위 당국자들이 가스관 폭파 공작에 관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허쉬는 이 기사에서 ‘해군 잠수요원들이 정부 지시에 따라 NATO 해상 훈련을 위장해 4개의 노드스트림 파이프라인 중 3개에 원격 작동 방식의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즉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와 승인 아래 파이프라인이 폭파됐다고 폭로한 것이다.
여기에 노르웨이 해군과 나토가 가스관 폭파에 적극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허쉬 기자는 바이든의 작전 배경으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통해 유럽을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LNG를 수출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러시아의 유럽 영향력이 점차 커지자 이를 폭파시켰다는 것이다.
올해 85살의 시모어 허쉬 기자는 파이프라인 폭파 계획을 직접 아는 익명의 제보자를 출처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2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 안보보좌관이 미군 합동참모본부, 중앙정보국 CIA 등 관계자들을 소집한 회의들에서 당시 고조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다가 이 공작이 결정됐다는 정보를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고 전했다.
그 뒤 윌리엄 번스CIA 국장이 해군 잠수부가 포함된 공작 계획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허쉬의 이러한 보도에 대해 지난 8일 “절대적 거짓이며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다.
개런 간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노드스트림 폭파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명백히 부인했다.
시모어 허쉬 기자가 이러한 탐사 기사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69년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이 비무장 베트남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한 ‘My Lai 대학살’과 그 은폐를 폭로한 공로로 1970년 퓰리처 국제 보도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 소속 기간에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했고 이후 CIA의 칠레정부 전복 공작 보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의 그레이브 감옥 고문 보도,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공작에 대한 거짓말 등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부의 비리를 폭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