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 Tok)이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동안 틱톡을 견제해온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 일본도 최근 정부 기관에 ‘틱톡 금지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서방 국가들은 왜 평범한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처럼 보이는 틱톡을 밀어내는 걸까.
틱톡은 15초~1분가량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모바일 앱이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만든 이 앱은 짧은 시간 안에 유행하는 댄스나 패션, 코믹 영상 등을 즐길 수 있어 10대와 젊은 층에 인기다. 전 세계 이용자는 10억명 이상으로 트위터 이용자보다 많다.
미국이 틱톡을 우려스럽게 보기 시작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틱톡을 규제하려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난해 바이트댄스 직원들이 틱톡 이용자 정보에 접근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미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전 기관에 30일 안에 모든 장비와 시스템에서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캐나다 정부도 28일부터 정부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 의회도 이날 전 직원에게 틱톡 앱 사용을 금지했다. 덴마크 의회도 모든 의원과 직원에게 업무용 기기에 설치된 틱톡 앱을 삭제하도록 했다.
이들 국가가 틱톡을 금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틱톡이 사용자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해 중국 정부에 넘긴다는 의혹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이번 지침이 민감한 정부 데이터에 대한 틱톡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틱톡을 다운로드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수 있는 백도어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도 틱톡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 이용자를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내부 검토 결과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바이트댄스가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와 공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7년 제정된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중국 기업이 중국의 국가 안보와 관련된 모든 고객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틱톡 이용자들은 다른 앱보다 틱톡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을 더 걱정해야 하는 걸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관련 기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답변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틱톡에 대한 접근 권한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앱과 서비스도 미국 등 정부에 개인 정보에 대한 비슷한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비영리 단체 시티즌랩은 2021년 보고서에서 “틱톡과 페이스북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사용자를 추적하는 데 사용하는 ‘장치 식별자’ 등 광고주에게 유용한 정보가 포함된다. 보고서는 “이 정도 수준의 데이터 수집과 공유가 불편하다면 앱 자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틱톡도 정보 수집 수준이 다른 앱과 다르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브룩 오버웨터 틱톡 대변인은 “미국의 최근 금지령이 심의 없이 채택됐으며 정치적인 쇼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 의회가 틱톡에 대한 국가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의 목소리를 검열하는 효과가 생기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BBC에 말했다.
서방 국가의 틱톡 금지령은 궁극적으로 전 세계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 기술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1월 미국에 안보 위험을 초래하는 특정 기술 제품의 수입이나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이는 중국 전자장비 업체인 화웨이, ZTE와 중국 감시장비 업체인 하이크비전, 다후아 등을 겨냥한 것이다.
틱톡이 공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콘텐츠의 유해성 논란 때문이다. 특히 틱톡이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기절할 때까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기절 챌린지’가 틱톡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를 모방한 청소년 등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10대 중 3분의 2가량이 틱톡을 사용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디지털증오대응센터(CCDH)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틱톡에 새 계정을 만든 뒤 3분 이내 자살 관련 콘텐츠를 보게 된다고 밝혔다. 섭식 장애를 홍보하는 커뮤니티를 발견하기까지는 약 5분이 더 걸렸다고 전했다. CCDH는 틱톡을 사용하는 30분 동안 틱톡이 약 39초에 한 번꼴로 신체 이미지와 정신 건강에 관한 동영상을 추천했다고 분석했다. 임란 아메드 CCDH 대표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로운 (게시물의) 폭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틱톡은 자살이나 자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을 묘사, 홍보, 미화하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CNN에 말했다. 틱톡에 따르면 지난해 4~6월 자살 및 자해 콘텐츠에 대한 정책을 위반해 삭제된 동영상 중 93.4%는 사용자가 시청하기 전에 삭제됐다. 틱톡은 또 성인 동영상 또는 잠재적으로 문제가 있는 동영상을 걸러내는 등 새로운 보호 장치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압박이 커지자 틱톡은 지난 1일 18세 미만 사용자의 이용 시간을 60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소년들이 별도 암호를 입력하면 60분을 넘겨 사용할 수 있어 이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CCDH는 틱톡의 특정 콘텐츠를 제한하고 젊은 사용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메드 대표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틱톡의 불투명한 플랫폼은 감독 없이 점점 더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계속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이 보고서는 온라인 공간 개혁의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