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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어떻게 타국의 이민자를 사로잡았나

최근 미션 비에호에 거주하는 유니스 김(Eunice Kim, 57)씨는 트로트계의 슈퍼스타 임영웅의 앨범을 구입하는데 800달러를 사용했다.

김씨는 임영웅의 TV쇼 출연과 그를 본뜬 인형에 대해 친구들과 6시간씩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그의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파란색 팬클럽 티를 착용한 채 몇 시간씩 쇼를 기다리기도 한다.

올해 31세인 임영웅은 소년 같은 이미지로 인해 전형적인 케이팝 스타로 보이지만, 잃어버린 사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며 장년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트로트가 새로운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갖는 억눌린 감정을 끌어낸다는 설명이다.

일부 이민자는 임영웅과 같은 스타, 스타의 음악과 음악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위안을 찾기도 한다.

손민정 한국교대 민족음악학 교수는 “트로트가 20세기 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다 비극적 내전을 치른 뒤 둘로 갈라진 한국인의 역경과 슬픔을 가장 많이 담아낸 장르"라며 "‘민족의 기억’을 소환한다”고 풀이했다.

이런 트로트도 락, 포크, 케이팝이 부상하며 한때 인기를 잃었다.

하지만 전 세계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확산하며, 임씨 등 일부 가수들은 케이팝 스타와 같은 수준의 명성을 갖게 됐다.

올해 75세가 된 최숙자(Sook Ja Choi)씨는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추는 취미가 생겼다.

최씨는 “미국 음악도 좋아하지만 트로트보다 좋진 않다”고 밝혔다.

트로트의 향수 어린 가사가 감정을 사로잡는다는 이유에서다.

최씨는 30여 년 전 도미해 10년 전 은퇴하기 전까지 리버사이드에서 리쿼 스토어를 운영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립다”라며 “미국에 살아도 마음은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과 12일 LA 돌비씨어터에서 개최된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인 LA’ 콘서트는 전석 매진으로 성황리에 종료했다.

팬들은 서울, 뉴욕, 스웨덴 등 각지에서 날아와 임씨의 팬클럽인 '영웅시대'의 푸른 물결을 더했다.

이날 임씨는 무대에서 “저는 당신의 아들, 손자, 친구이자 오빠”라며 “영원히 팬들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