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기존 장비가 찾아내지 못하는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임상진료가 헝가리에서 이뤄지고 있다. AI 암 진단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나라들이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AI 기술이 의료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헝가리가 환자의 유방암을 진단하는 AI 소프트웨어 임상진료의 주요 시험장이 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헝가리에서 연간 3만5000건 이상의 검진을 수행하는 5개 병원과 클리닉에서 AI 유방암 진단 소프트웨어는 2021년부터 방사선 전문의가 간과한 암 징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유방암 추적에 사용되는 AI 기술은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케이론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것이다. 케이론의 기술은 202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맘마클리니카(MaMMa Klinika)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처음 사용됐다. 2021년 이후 맘마클리니카 병원의 5개 센터에서 AI가 방사선 전문의가 놓친 암을 찾아낸 22건의 사례가 발표됐으며, 약 40건이 더 검토 중이다.
당시 실험은 두 명의 방사선 전문의가 유방 방사선 사진에서 암 징후를 검토한 뒤, AI가 의사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다시 확인할 영역을 표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케이론은 암세포 판독을 위해 헝가리와 아르헨티나의 병원, 미국 에모리 대학 등 학술 기관에서 이미 진단된 500만 개 이상의 유방 X선 사진 데이터를 수집했다.
케이론은 지난해 27만5000건 이상의 유방암 진단을 수행한 결과, AI가 이중 판독을 수행한 결과가 방사선 전문의가 이중 판독한 결과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AI 암 진단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립보건원은 6개 병원에서 유방조영술 영상을 추가 판독할 때 AI를 사용할 예정이며, 영국 국립보건원에서는 운영하는 약 30개 유방암 검진 센터에 연말까지 AI를 도입할 예정이다. 핀란드 오울루 대학병원도 A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며, 올해 오만 일대에서는 버스가 순회하며 AI 유방암 검진을 할 예정이다.
다만 의사와 개발자들은 현재 사용되는 AI 암 진단 기술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본다. 추후 유방암 검진의 2차 또는 3차 판독기로 더 널리 채택되려면 추가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 또 모든 연령, 인종 및 체형의 여성에게 정확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더 복잡한 형태의 유방암을 인식해야 하고, 위양성(거짓양성) 반응을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AI 시스템이 인간 방사선 전문의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 또한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많은 전문가는 이 기술이 숙련된 의사와 협력해 사용되는 경우에만 환자가 진단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케이론의 공동설립자인 피터 케스케메티는 “‘AI와 의사의 협동’만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으며, AI 만이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