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면 사실상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재 법안이 미 하원에 발의됐다. 미 정부가 동맹을 설득해 비슷한 내용의 대중 제재 법안을 마련토록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러시아를 제재했던 것과 같은 방식의 공동전선을 구축해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6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애덤 쉬프 의원은 지난 3일 ‘중국의 러시아 전쟁 지원 저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라자 크리스나무디, 베티 매콜럼 등 민주당 의원 13명이 동참했다. 지난 회기에서도 발의한 것이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쉬프 의언은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 검토설이 나오자 재차 법안을 제출했다.
쉬프 의원은 “러시아를 고의로 지원하거나 미국과 동맹이 부과한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단체나 개인을 제재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이라며 “중국 기업에 신속하고 심각한 재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미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에 대한 수출 보증과 대출을 금지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통령이 제재 대상자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외환거래나 금융거래도 전면 봉쇄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대통령이 해당 개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외환거래를 금지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신용 또는 지불 이체를 금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제재 대상자의 재산을 취득, 보유, 양도, 운송, 수·출입하는 행위와 미국인이 해당 개인 등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쉬프 의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자국의 권위주의 정부 체제에 우호적인 질서로 재편하려는 공동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이 전쟁에서 공격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원자재와 장비를 러시아에 더 많이 보냈다는 공개적인 증거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도 “지난 2월 현재 세관 기록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 기업은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에 헬리콥터 장비와 재밍(전파방해) 기술, 드론 및 전투기 부품을 수출했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법안은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를 지원, 이와 관련된 기술·원료·재정 지원, 탄도 미사일이나 재래식 무기, 중요한 방산 물자나 방위 정보 제공 등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미국이나 다자 제재 회피를 도운 경우도 포함했다.
법안은 특히 “대통령은 유럽 및 기타 주요 파트너들과 단결을 계속 추구하고, 이 법의 조항과 유사한 법안을 제정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도 같은 내용의 대중 제재 법안을 마련해 압박에 동참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무기 지원 때 중국 제재 방침을 세우고 동맹국에 지지를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특히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에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후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 관계도 깊어 제재 회의론이 높은 상황이다. 대러 제재를 설계한 달리프 싱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지난달 28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경제는 러시아보다 10배 크고, 은행 부문은 30배 더 크다”며 “중국은 신흥국에 대한 최대 대출 국가로 다른 모든 서방 정부를 합한 것의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클레이 로워리 전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차관보도 “중국은 세계 경제에 참여하는 범위와 규모가 러시아보다 크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이행하는 것은 러시아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