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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불길 확산 조짐에.. 연방 당국 진화 착수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틀 만인 어제(12일) 또 다른 은행이 폐쇄되며 다른 기업들로 위기가 전염될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번 사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 차원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예금주를 보호하기로 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주말 동안 커진 불안감에 당초 월요일 아시아 증시에서부터 급락세가 연출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 우려가 나왔지만, 이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대체로 강세를 보이고 미 증시 주요 지수선물도 오르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지난해 말 기준 미 은행 순위 16위까지 올랐던 SVB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기업들의 예치금 인출과 보유자산 매각에 따른 손실로 경영 압박이 가중됐고 결국 지난 10일 파산했다.

SVB 파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이날 금융 중심지 뉴욕주의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규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워싱턴 뮤추얼 은행 파산에 이어 미 은행 역사상 각각 2위, 3위에 해당한다.

시그니처은행은 지난주 청산된 실버게이트 은행과 함께 가상화폐 거래 주요 은행으로 꼽혀 왔고, 예치금 가운데 가상화폐 부문 비중이 커 최근 실버게이트 은행 청산의 여파로 뱅크런(자금 대량 인출 사태)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SVB와 비슷한 규모이며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고객이 많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서도 뱅크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안전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금리 인상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한 중소 규모 은행에서는 유사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미 당국은 SVB 파산에 따른 위기가 다른 기업들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시가 문을 닫은 주말 동안 비교적 신속한 대책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방예금보험법의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리스크를 초래할 경우'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도 보호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단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살릴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예금주들만 살리는 쪽으로 정부 지원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날 긴급 성명을 냈으며, 13일에는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로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은행권의 회복 탄력성을어떻게 유지해 우리의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지켜낼지에 대해 연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인과 미 기업은 필요할 때 예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다시는 처하지 않도록 이번 난장판의 책임자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고, 대형 은행에 대해서도 감독·규제를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단호하게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