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한 아아스하키 선수가 빈 휠체어를 계단 아래로 내동댕이치는 영상이 공개돼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휠체어의 주인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과 아이스하키팀, 그의 아버지까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일(현지시각)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머시허스트대 아이스하키팀 선수인 카슨 브리어가 지난 11일 한 술집에서 멈춰있던 빈 휠체어를 계단 아래로 밀어 넘어뜨리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브리어는 자신의 친구 2명과 함께 술집 계단에 있던 빈 휠체어에 발견하고는 직접 앉아서 앞으로 이동을 시켜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더니 이내 일어나서 오른손으로 휠체어를 계단 아래로 밀어 던졌다. 휠체어는 계단 아래로 하염없이 굴러떨어졌다. 휠체어 주인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이를 잠시 세워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조회수가 1300만회를 넘을 만큼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영상을 공개한 네티즌은 “나는 보통 트위터에 진지한 글을 올리지 않지만, 지난 토요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겠다”며 “영상 속 선수는 이번 일로부터 도망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신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휠체어는 몸의 일부와도 같은데 이를 밀었다는 건 장애인을 내팽개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휠체어를 내동댕이친 선수의 아버지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다니엘 브리어여서 논란을 더욱 커졌다. 아버지 다니엘 브리어는 선수 시절 124경기에서 116점을 기록하는 등 NH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재는 NHL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 구단의 총 책임자를 맡고 있다.
아버지 다니엘은 성명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에서 아들의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이는 ‘존중’이라는 우리 가족의 가치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이번 일에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과 아이스하키팀도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머시허스트대는 입장문을 통해 브리어의 사과를 대신 전했다. 대학은 브리어가 ‘저의 경솔한 행동에 변명 거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은 “영상에 나온 브리어의 행동은 각 사람의 고유한 존엄을 해치는 것이었다”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학생에게 속죄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아이스하키팀도 브리어와 영상에 함께 나오는 선수들에게 임시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브리어가 직접 사과한 것이 아니라 대학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대학이 “속죄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점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입장문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브리어가 직접 휠체어 주인에게 사과한 것도 아닐뿐더러 학교 측에 간접적으로 사과를 전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나서서 브리어에게 기회를 달라고 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아버지가 유명한 선수라서 감싸고 도는 거냐” “속죄를 어떤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