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6일 남미 대국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논의한다. 중·러가 반미 연대를 강화하면서 전쟁 종식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중국은 계속해서 평화 중재자를 자임하며 주요 국가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러시아에 간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나는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위기 중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기업인 240명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렸던 친미 성향의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달리 중국과 우호 관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올해 초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브라질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시 주석도 집권 3기 중국을 방문하는 첫 국빈으로 룰라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남미와의 관계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 달 초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즈음해 방중 계획을 밝히면서 중국에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중국 방문 일정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자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지금까지 시 주석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한 신호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제안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가 제시한 협상을 통한 휴전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프랑스와 브라질 등 영향력 있는 주요 강대국들과 소통하고 우크라이나와 접촉을 유지하면서 중립 진영의 인도와 튀르키예 등으로부터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제안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