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세계 1억 가구로 추산되는 비동거인 공유 계정에 과금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수혜주에서 리오프닝(경기 재개)의 소외주로 밀려났고 11년 만에 구독자까지 감소해 수익 악화 위기에 놓인 넷플릭스가 던진 승부수다. OTT 성장 과정에서 묵인해온 수익 모델의 빈틈을 채우겠다는 것이지만, 기존 구독자마저 놓칠 ‘벌통 흔들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20일(한국시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구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0만명 감소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구독자 수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유료 구독자 수 250만명 증가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는 대체로 270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상은 구독자 수 감소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구독자 감소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전방위적 제재 차원에서 지난달부터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넷플릭스 구독자 70만명이 감소했다.
넷플릭스는 다음인 2분기에도 가입자 수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그 전망치가 200만명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세계 가입자 수는 약 2억2200만명이다.
넷플릭스가 비동거인 공유 계정에 과금할 계획을 세운 이유는 결국 가입자 수 감소세를 방어할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1억 이상의 가구에서, 미국·캐나다에서는 3000만 가구에서 구독자 계정이 비동거인과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넷플릭스는 “비동거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에 추가 요금을 부과할 방법을 실험해 왔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공유 계정에 대한 과금을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만 그 방법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넷플릭스은 과금 정책 변화로 구독자 증감의 기로에 놓였다. 성공할 경우 추가 성장을 이룰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기존 구독자 이탈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오징어게임’ 같은 신규 흥행작의 부재,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 같은 신규 OTT 사업자의 증가는 넷플릭스의 구독자 이탈 가속할 악재로 꼽힌다. 과금 정책 변화로 실익 없이 몰락만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시장은 이미 넷플릭스의 경영 악화 쪽에 베팅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나스닥 본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3.18%(10.75달러) 상승한 348.61달러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오전 5시부터 시작된 애프터마켓에서 올해 1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급락세로 전환됐다. 넷플릭스의 애프터마켓 종가는 23.44%(79.18달러)나 떨어진 258.68달러다. 지난해 11월 16일 도달한 고점(700.99달러)과 비교해 37% 수준으로 밀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