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가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도계 유권자 돌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인도인 숫자는 420만명.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이자 한인들의 2배가 넘는다.
전통적으로 인도사람들은 순다르 피차이(구글), 사티아 나델라(MS), 아르빈드 크리슈타(IBM) 등 첨단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좌우하는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배출해왔다.
영국의 식민지를 경험해 영어 구사가 능숙하고 높은 학력, 백인 주류 사회와 원활하게 어울리는 자세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를 인도계가 접수했다”라는 말은 이제 "다음은 백악관 차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변하고 있다.
3년전 대선에서 어머니가 인도계, 부친이 흑인인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사상 첫 여성-소수인종 부통령으로 당선되며 아시아 커뮤니티에 돌풍을 불고 왔다.
이번 대선은 그때보다 더더욱 인도계가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첫번째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부터 30대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돌풍을 일으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력한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고 있다.
유일한 여성후보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유엔대사를 역임한 니키 헤일리 역시 부모가 인도 시크교도로 펀잡주 출신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헤일리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같은 인도계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을 집중공략하고 있는 헤일리의 전략이다.
헤일리는 폭스뉴스에 출연, “이번 대선은 나보다 8살 많은 해리스와의 싸움”이라고 말하며 ‘여성 vs 여성’ ‘인도계 vs 인도계’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해리스가 호감도가 낮고 재임중 업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3년전에는 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아시아계라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지만 지금은 바이든이 고령이기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능력검증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계 미국인 권익단체 ‘인디안-아메리칸 임팩트’는 워싱턴 포스트(WP) 신문에 “인도계는 아직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표자를 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상황은 놀랍고 환상적인 일”이라 강조했다.
지난 4월 중국을 제치고 220년만에 세계 인구 1위자리를 차지한 인도(14억2000만명)의 현지언론 역시 라마스와미·헤일리 같은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며 미국 대선 실황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헤일리는 트럼프라는 거인의 그림자 밑에서 2인자로, 해리스 역시 8년간 ‘백악관 조연’ 자리를 이룰수 있을지 유권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대통령 후보-부통령 당선자는 커녕, 연방 상원의원-주지사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한인들 입장에서는 같은 아시아계인 인도 정치인들의 약진이 마냥 부럽기만 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