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금지 조치 제재에도 석유 매출이 다시 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목적지를 감춘 유조선 선적이 늘어나 불투명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조선 전문 웹사이트인 탱커트래커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석유는 이달 현재까지 하루 평균 160만 배럴이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의 3월 수출량은 하루 130만 배럴까지 줄었었다. 원자재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의 자료에 따르면 이달 러시아산 석유 하루 유동량은 3월 중순 100만 배럴에서 130만 배럴로 늘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량은 늘었으나 목적지는 불분명하다. WSJ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방이 대러 경제 제재 조치과정에서 석유 거래를 지속하는 것은 자국과 자사 평판에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탱커트래커스 자료에서는 이달 현재까지 계획된 항로가 없는 ‘목적지 불명’ 상태인 유조선에는 1110만 배럴의 러시아산 석유가 적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경로 세탁을 위해 더 큰 선박으로 옮겨져 하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엘란드라 데날리호는 지난주 지브롤터 해안에서 정박하고 있을 당시 러시아 우스트-루가 항과 연해주 항에서 출발한 유조선 3척으로부터 석유를 전달받았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석유가 선박의 다른 화물과 섞이면서 목적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국이 석유를 수출할 때 사용했던 오래된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EU는 전체 석유 수입량의 27%를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 중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그룹 AG의 상품분석가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EU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완전히 제재하는 것은 임금을 40% 삭감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계속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현재 일부 석유 구매자들은 새로운 규제가 생기기 전 서둘러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당국자들은 현재 석유 수입 제재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프랑스 선거와 독일의 반발로 인해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석유 금지 시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