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스패니쉬 방송 Univision의 간판 앵커가 전격 사임했다.
LA Times는 Univision의 간판 앵커 레온 크라우제(León Krauze)가 어제(11월15일) 소셜 미디어 X 자신의 계정에 사임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레온 크라우제는 X에 올린 글에서 지난 13년간 Univision 앵커로 활약했다며 보람찬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그 여정이 어제로 완전히 끝났다고 밝혔다.
레온 크라우제는 왜 Univision 앵커 자리를 떠나게 됐는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LA Times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회사 행보에 대해 불만을 가진 레온 크라우제 앵커가 사표를 던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Univision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런데 이 단독 인터뷰를 Univision 기자나 진행자도 아닌 멕시코 방송사 Televisa의 엔리케 아세베도 앵커가 맡은 것이다.
엔리케 아세베도 앵커가 소속된 Televisa는 멕시코에 본사가 있는 방송사로 지난 2021년 Univision과 합병하며 사실상 운영권을 가져간 상태다.
Univision은 합병 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못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이 Univision의 팬이 아님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중이던 2016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이민 정책에 대해서 공격적 질문을 던진 호르헤 라모스 Univision 기자를 물리적으로 퇴장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경영진이 바뀐 Univision과의 이번 단독 인터뷰는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남부 국경에 세워진 불법이민자들 차단 벽,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아동 분리 관행 시작 등 논란이 될만한 언급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리케 아세베도 앵커가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이 되면 FBI(연방수사국)와 법무부 등을 동원해 지금 자신을 박해하고 있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수사하겠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1시간이나 이어진 것에 대해서 Univision 기자들이나 앵커들 중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레온 크라우제 앵커가 사임하며 그런 분위기를 보여줬다고 LA Times는 전했다.
LA Times는 레온 크라우제 앵커가 지난해(2022년) 1월 Univision에 입사해 심야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서 지금까지 계속해왔다고 전했다.
레온 크라우제 앵커는 지난해 Univision에 입사하기 전까지 LA 지역 방송국 KMEX에서 10년간 각종 중요한 역할을 맡아오는 등 다양한 출판물을 통해 글을 기고하며 라티노 커뮤니티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LA Times는 2년전 Televisa와 합병 이후 Univision 측이 뚜렷하게 ‘친트럼프’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1시간 단독 인터뷰를 한 것도 그런 Univision 경영진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LA Times는 설명했다.
Univison이 라티노 커뮤니티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내년(2024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라티노 유권자들 표를 2020년 대선 때보다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