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한일 관계 악화는 당신 탓”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매체는 문재인정부를 비난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책임 등을 부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해당 매체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가 논란이 되는 등 혐한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케이신문은 2일 ‘문 대통령의 망언, 관계 악화는 당신 탓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최근 JTBC 대담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한일 관계 갈등 심화 배경에 대해 “아베 신조로 상징되는 일본 정치 우경화의 흐름이 깔려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 정부는 이념과 상관없이 입장을 지켰는데 일본이 점점 우경화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며 “다음 정부 때 (일본의 태도가) 달라질 것인가. 저는 낙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퇴임 직전의 망언이라도 당신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다”며 “우경화는 한국에 아양 떨지 않고 국제법에 따라 국가 간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했다.
산케이는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한일 양국 정부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하고 서로 비난이나 비판하는 것은 삼가기로 약속했지만 문 정권은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고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97억원) 기금으로 한 재단도 일방적으로 해산했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에 부당한 배상 명령을 내린 ‘징용공’ 소송을 놓고도 문 정권은 사법의 독립 등을 방패로 좌시해 문제를 꼬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문재인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공동 발표 형식으로 발표된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각의(閣議·내각회의)에서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 ‘강제 연행’을 쓰거나 ‘연행’ 대신 ‘징용’ 표현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결정해 책임을 희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산케이 소속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한 칼럼을 썼다가 한국 법원에 명예훼손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문제의 기사 내용이 허위이지만 언론 보도의 자유 측면에서 죄를 묻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