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정치인에게서 수천만원을 빌린뒤 아직까지 갚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용금을 가장한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돈 거래 경위와 용처를 규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민주연구원장 시절이던 2018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전직 지역위원장 강모(68)씨에게 네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차용했다.
대여일로부터 5년뒤인 2023년 4월 원금을 일시 상환하며, 그 전에는 연 2회 6개월마다 원금의 연 2.5% 이자를 계좌이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후보자는 이같은 방식으로 2018년 4월에만 강씨를 포함해 11명에게 1억4,000만원(강씨 제외 각 1,000만 원)을 빌렸지만, 현재까지 상환된 원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할 점은 강씨가 2008년 김 후보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당시 공여자 3명 중 1명이라는 사실이다.
강씨는 2005년 야인이던 김 후보자의 미국 유학 시절 매달 일가족 생활비조로 1년 9개월간 월평균 450만 원을 부쳤다.
김 후보자가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SK그룹 측에서 불법 정치자금 2억 원을 수수한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2005년 6월 확정)에 대한 추징금 2억 원 중 1억5,000만 원을 직접 검찰청에 가서 대납하는 등 2억5,0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김 후보자에게 공여했다.
두 사람은 전체 금액 중 3,000만 원에 대해선 차용증을 작성했지만, 법원은 강씨의 법정 진술 등을 근거로 이마저도 정상적인 차용금이 아니라고 봤다.
김 후보자 역시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강씨가 변제를 독촉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단순 차용금이 아니라 '정치자금 기부'라고 판단했다.
김 후보자는 2010년 8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정치적 공백이 생겼지만, 강씨와의 관계는 이어졌다.
두 사람의 친분과는 별개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의 사인 간 채무는 엄격한 감시 대상이다. 채무는 소유자별로 합계액이 1,000만 원 이상인 경우 모든 채무를 신고해야 하고, 재산등록기준일 기준으로 상환되지 않은 사인 간 채무가 있으면 발생 사유와 일자, 채권자와의 관계를 상세히 기재해 신고해야 한다.
변제할 의사가 없는 등 실질적 차용 관계가 아니거나, 차용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안에 1억4,000만 원 상당 대여금에 대해 모두 '세금 변제 목적'이라고 소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용처는 기재하지 않았다.
용처에 대해선 김 후보자가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7억 원대 추징금 변제에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자는 판결이 확정된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9,555만 원을 납부해, 6억2,607만여 원을 남겨둔 상태였다.
1억원 상당의 미납금에 대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일자, 김 후보자는 지난해 1월 23일 1,600만 원, 같은 달 31일 9,957만 원을 내면서 추징금을 완납했다.
김 후보자가 강씨 등 11명에게 빌렸다는 1억 4,000만 원에 대해선 불법 정치자금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5년 만기'와 관련해 2018년 쓴 차용증을 보면 '단 대여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상호 합의해 상환조건과 방법 등에 대해 변경 약정'이라는 문구가 있다.
김 후보자측은 차용금을 갚지 않은 이유와 용처 등을 묻는 언론사의 질의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서 아주 소상하고 풍부하게 모든 자료 가지고 말씀드리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