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가톨릭 추기경 3명이 지난 19일(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외교 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국익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이른바 '도덕적 나침반'을 가동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양극화와 당파성, 좁은 이익에 함몰돼 있다고 경고하며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시카고의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 워싱턴 DC의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 뉴어크의 조셉 토빈 추기경 등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워싱턴의 외교 정책 논의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남을 배려하는 도덕적 비전의 회복을 주장했다.
추기경들은 특히 최근에 들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이 평화 증진보다 막대한 고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단행된 미군 작전에 대해 힘이 곧 정의라는 식의 접근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동맹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는 위협에 대해 군사력 사용의 정당성과 평화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격 단행됐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의 대폭 삭감 조치가 전 세계적인 기아와 보건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월 9일 금요일,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바티칸에서 외교단을 대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당시 레오 14세 교황은 영어를 사용해 국가들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행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형성된 국제법 질서를 완전하게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력한 비판을 내놨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세계 대부분이 외교 정책의 도덕적 측면에서 표류하고 있다며 전쟁은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최후 수단이어야지, 국가 정책의 일반적인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셉 토빈 추기경은 각자 개인의 번영이 타인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우를 전제로 할 수는 없다며, 개인이나 국가의 권리보다 '공동선'이 무엇인지 한 차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 또한 이번에 추기경 3명의 성명에 지지를 표명했다.
주교회의 의장인 폴 코클리 대주교는 현 시국에서 교황 레오 14세의 가르침을 강조한 추기경들의 의견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추기경들은 이번 성명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 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며, 미국의 외교 정책이 윤리적인 가이드를 회복해서 세계 무대에서 도덕적 위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진심이 담겨있는 권고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번 추기경들의 성명은 지난해 11월 미국 가톨릭 주교단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주민 대량 추방과 비하 발언 등을 규탄한 데 이어 나온 두 번째 강력한 공식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