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던 존 리(64·) 전 정무부총리가 5년간 홍콩을 이끌 행정장관에 선출됐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경찰 출신의 보안통이 행정수반에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홍콩 장악, 홍콩의 공안 통치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완차이 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행정장관 선거에서 리 전 부총리가 1416표를 얻어 당선 확정됐다고 밝혔다. 행정장관 선거인단 1461명 중 1428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97.74%, 득표율 99.15%를 기록했다. 그는 “홍콩을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정보장을 계속해서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행정장관 선거는 740만 홍콩 시민 중 약 0.02%가 참여하는 간접선거이긴 하지만 과거에는 친중 인사와 민주 진영 후보가 맞붙는 형태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걸고 선거제를 개편한 뒤로 대결 구도는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당시 행정장관 선거인단을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면서 친중 인사를 대거 집어넣었다. 리 당선인은 지난달 후보 등록 때 이미 선거인단 과반의 지지를 확보했다.
리 당선인은 1977년 19세 나이에 경찰에 들어가 2017년 보안장관에 임명됐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돼 홍콩을 휩쓴 반정부 시위를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진압하며 중국 정부의 신임을 얻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이를 앞장서 집행했다. 국가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보안법 시행 이후 민주 진영 언론과 사회단체가 줄줄이 문을 닫았고 170여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가 행정장관에 취임하면 중국 정부의 홍콩 장악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리 당선인은 선거 기간 최우선 과제로 홍콩판 보안법 제정을 꼽았다. 홍콩의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기본법 23조는 반역, 분리독립, 폭동선동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이미 시행 중인 국가보안법과 별개의 보안법을 만들어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