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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라” 소리까지 들었지만 총기 규제 힘든 이유는 ‘NRA’


“뭐라도 좀 해라(Do something)!”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29일(현지시간) 어린이 19명을 비롯해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 미사를 마치고 유벨디의 한 성당을 나서던 중 시위대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번 참사로 총기 규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오가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We will)”고 답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미국은 총을 쏜 사람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총에 맞아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을 ‘총기난사’(mass shooting)로 규정하는데 올해 총기난사 사건은 벌써 200건을 넘어섰다. 텍사스 총기 참사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미 오클라호마주 등에서 여러 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현실적으로 총기 규제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그중 가장 큰 산은 ‘NRA(전미총기협회)’가 꼽힌다. NRA는 미국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익단체인데 이들은 정치인(공화당)을 로비하는 데 많은 돈을 투입할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이 있다.

BBC에 따르면 NRA가 2020년 한 해 동안 지출한 금액은 2억5000만 달러(3172억원)에 이른다. NRA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도 3000만 달러(342억원)가량을 지원했다. NRA의 연간 예산은 대략 2억5000만 달러(2854억원) 규모로 교육 사업, 총기 시설, 회원 행사, 후원, 법률 활동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NRA가 매년 정치 로비에 들이는 자금은 300만 달러(38억원) 수준이지만 로비 규모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기부금 수치일 뿐 상당한 액수가 정치행동위원회(PAC)와 그 외 추적이 어려운 독자적인 기부금 등에 쓰이고 있다. NRA가 거물 정치인을 만들고, 무너뜨릴 수도 있는 정치세력이란 뜻이다.

실제로 NRA는 공개적으로 미 의회 의원의 총기 권리에 대한 우호도를 평가해 A∼F로 등급을 매겨 지원 수준을 결정한다. 이 등급은 여론조사 수치 뿐 아니라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정도에 따라 후보의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NRA에 가서 ‘제가 현직에 있는 동안 NRA에 반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 의회 구조상 법안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상원 의사 규정상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선 최소 6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상원은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가지고 있다. 총기 규제 법안 처리에 민주당 외에 10석의 공화당 표가 필요하지만 보수정당인 공화당에서 총기 규제에 반대할 수 있는 의원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