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사이 격전이 벌어졌던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콜레라 유행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페트로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TV 인터뷰에서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더미가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이 콜레라와 이질 등 질병에 취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 침공 초기에 마리우폴을 떠난 그는 아직 도시에 남아 있는 소식통을 통해 “콜레라라는 단어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점점 더 많이 들리고 있다”며 “전염병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마리우폴 전역에서 부패 중인 시신들이 콜레라의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달 마리우폴 통제권 확보를 위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포격으로 마리우폴은 현재 도시 내 의료시설과 상하수도 기반시설이 파괴된 상태다.
이호르 쿠진 우크라이나 보건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발병을 위한 모든 전제조건은 이미 갖춰져 있고 마리우폴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어 “콜레라 치료를 위한 의약품 및 백신은 최소 8월분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1일부터 전국적으로 잠재적인 콜레라 의심 사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수백개의 고층건물 잔해 밑에서 시신들이 썩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류센코 보좌관은 “마리우폴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서는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하며 기껏해야 이틀에 한 번 정도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도릿 닛잔 세계보건기구(WHO) 지역비상 책임자는 WP에 “마리우폴 거리에는 늪이 있으며 하수도와 식수가 섞이고 있다. 콜레라를 비롯한 많은 감염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군 시신들을 키이우로 송환하기 시작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최후의 저항을 벌였던 격전지다. 아조우 연대의 안나 홀로우코 대변인은 “아조우스탈 잔해 속에서 수습돼 러시아군이 보낸 우크라이나인 시신은 총 160구”라며 “그 가운데 최소 52명의 시신은 아조우 연대의 전사자 유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