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연준이 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54.5%로 예측했다. 일주일 전 39%와 전날 47%보다 높아진 수치다.
이 같은 통화긴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6월 16일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더 이상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연준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음에도 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인상폭을 “이례적으로 높다”고 표현한 데 주목한 것이다. 또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해 시장 전망치(8.7%)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하지만 연준 주요 인사들의 잇단 금리 인상 발언이 이 같은 예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9월 통화정책회의 때 0.75% 포인트 인상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과열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고 완전히 확신할 때까지 통화긴축 정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사인 글렌미드의 투자전략 부문 부사장 마이클 레이놀즈는 “거시경제 환경의 각종 리스크에 대해 투자자들이 너무 안일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며 “향후 경제 전망을 감안한다면 현재 주식시장은 다소 과대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연준의 잭슨홀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잭슨홀 회의는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여는 심포지엄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회의에서 긴축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오는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발행자·운용역·애널리스트 등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91명은 2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6명만이 0.50% 포인트 인상(빅스텝)을, 3명만이 동결을 전망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우려에도 한은이 ‘빅스텝’을 고사하는 이유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 87%는 ‘물가가 보합 상태에 있다’고 봤다. 지난달에는 21%가 같은 대답을 했다. 이들은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미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조만간 정점을 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김지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