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유명 배우와 정치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란과 유럽 주요 도시에선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사망한 20대 이란 여성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국민배우인 이자벨 아자니는 자신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직접 잘라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쥘리에트 비노슈(왼쪽 )도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영상에 곁들인 글에서 “이란 여성과 남성의 자유권을 위한 연대”라고 적었다.
200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오른쪽)도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남성들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합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아비르 알살라니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이 프랑스에 있는 유럽 의회 연단에 올라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라크 출신인 그는 쿠르드어로 “여성, 삶, 자유”를 외쳤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란 정치학자 도르나 자반은 AP통신에 “이란에서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히잡 착용 의무에 저항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영상의 확산은 이란 여성의 싸움에 국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시위는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번 시위로 최소 133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