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TV 뉴스 생방송에서 ‘전쟁 중단’ 문구를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던 언론인이 가택 연금 도중 유럽 국가로 피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월 방송 스튜디오 시위 뒤 여러 차례 반전 시위를 벌이다 ‘러시아군 권위 훼손 혐의’로 가택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오던 마리나 오브샤니코바(44)가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의 변호인 측은 NYT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마리나가 딸과 함께 떠났다”면서 특정 유럽 국가로 향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소재지에 대해선 몇 주 뒤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오브샤니코바는 지난 3월 자신이 편집자로 일하는 국영 ‘제1채널’ TV의 뉴스 생방송 도중 스튜디오로 들어가 앵커 뒤에서 “전쟁을 중단하라. 선전전을 믿지 말라. 여기선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기습 시위를 벌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집회·시위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돼 3만 루블(약 65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오브샤니코바는 방송사를 떠나 해외로 출국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1살 딸을 포함한 두 자녀의 양육권을 둘러싼 전 남편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러시아로 돌아왔다.
이 와중에도 그의 반전시위는 계속됐다. 7월 중순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 시내에 러시아군이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28명이 사망하자 이에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는 크렘린궁 건너편의 모스크바강 둑에서 ‘푸틴은 살인자. 그의 군대는 파시스트’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고,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을 텔레그램 메시지 계정에 올렸다.
해당 사건으로 오브샤니코바는 자국군에 대한 거짓 정보를 유포해 군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가택연금 처분과 함께 기소됐다.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그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해있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오브샤니코바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오브샤니코바 역시 지난 5일 텔레그램을 통해 “나는 내가 완전히 결백하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연방 형법은 완전히 위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가택연금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석방하겠다”고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