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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위대는 왜 백지를 들까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 시민들이 챙기는 준비물이 하나 있다. 바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하얀색 종이다. 왜 하필 백지일까.

“시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그것(백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말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열을 할 수는 없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성만 밝힌 사진작가 멍씨가 워싱턴포스트(WP)에 전한 말이다. 그는 시민 모두가 백지를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규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SNS를 넘어 중국 내 일부 지역과 여러 대학으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백지가 중국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7일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조니(26)씨는 로이터에 “백지는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대변한다”며 “나는 화재의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우리는 다시 평범한 삶을 살고 싶고 존엄성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중국 북서부 신장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코로나19 방역 강화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던 설치물이 꼽히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팬던트는 “백지는 시위에 참여한 중국 시민들의 침묵 항의를 상징한다”면서 “동시에 어떤 것도 쓰여있지 않은 종이를 들고 있는 것을 체포할 수는 없으므로 당국을 조롱하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백지는 2020년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때도 사용됐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